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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취향은 어디에? 디토 소비

by 노을이내리는나루 2025. 4. 16.

'스탠리'팝업에서 텀블러를 꾸미는 모습-'디토소비관련이미지

 

최근 소비 트렌드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디토 소비(Ditto Consumption)’입니다. ‘나도(Ditto)’라는 뜻처럼, 타인이 선택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그대로 따라 구매하는 현상을 일컫는 이 용어는 언뜻 주체적인 소비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왜 우리는 남들과 똑같은 것을 선택하고, 그에 만족감을 느끼는 걸까요? 디토 소비의 배경과 심리,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개인의 취향 실종? 정보 과잉 시대의 새로운 해법

과거에는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독특하고 차별화된 소비가 가치 있게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어떤 제품이 좋을지, 어떤 서비스를 이용해야 만족스러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토 소비는 일종의 ‘정보 탐색 비용 절감’ 전략으로 작용합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검증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따라 함으로써 실패의 위험을 줄이고,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셜 미디어의 발달은 디토 소비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습니다. 인플루언서나 주변 사람들의 ‘인증숏’은 강력한 구매 동기가 됩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방문한 장소는 마치 보증수표처럼 여겨지며, 나도 똑같이 함으로써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줍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의 기능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그들이 누리는 라이프스타일, 감성적인 만족감까지 공유하고 싶어 하는 심리와 연결됩니다.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는 ‘따라 하기’ 심리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며,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디토 소비는 이러한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유행하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인기 있는 장소를 방문함으로써, 우리는 특정 그룹의 일원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습니다. 마치 학창 시절 친구들과 똑같은 옷을 입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굿즈를 구매하며 느끼는 연대감과 비슷한 감정입니다.

또한, 타인의 선택을 따라 하는 것은 일종의 ‘안전 장치’ 역할을 합니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불안감을 느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것은 적어도 평균 이상의 만족도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후회 없는 소비를 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디토 소비를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획일적인 소비 문화? 다양성 속의 동질성 추구

일각에서는 디토 소비가 개인의 개성을 억누르고 획일적인 소비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모두가 똑같은 제품을 사용하고 똑같은 경험을 한다면, 다양성이 사라지고 개개인의 고유한 취향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디토 소비를 단순히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수동적인 행위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개인의 취향을 형성하는 과정의 일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길을 잃을 때, 타인의 검증된 선택을 참고하여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즉, 맹목적인 따라 하기가 아니라, 타인의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취향을 발전시켜 나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디토 소비는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취향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사용 후기를 나누며, 함께 만족감을 느끼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소속감을 확인합니다. 이는 단순히 똑같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의미 있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나만의 ‘디토’를 찾아가는 여정

결국 디토 소비는 정보 과잉 시대 속에서 효율적인 선택을 추구하고, 사회적 연결망 속에서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맹목적으로 타인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을 참고하여 자신에게 맞는 것을 발견하고,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디토 리스트’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주변 사람들의 추천,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 세례, 인기 상품 순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한 정보들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왜 이 제품을 선택했는지, 왜 이 서비스에 만족하는지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타인의 취향을 따라 하는 것에서 나아가, 나만의 ‘진짜’ 취향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디토 소비는 어쩌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의 작은 이정표와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