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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줄거리와 서평

by 노을이내리는나루 2025. 4. 12.

못 가본 길을 돌아보며

1. 못 가본 길이기에 더 선명한 기억

“살아온 길보다 살아갈 길이 짧아진 나이에 나는 비로소 나를 들여다본다.”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이처럼 인생의 끝자락에서 되돌아본 지난날의 기억과 사유를 섬세한 언어로 풀어낸 에세이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이 책은 ‘못 가본 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 그리고 그것을 품은 채 살아가는 한 인간의 고백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책은 삶의 순간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붙잡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지혜서이기도 하다.

책은 박완서 작가가 말년에 쓴 글들을 모은 산문집으로, 작가 특유의 유려한 문장력과 깊이 있는 통찰이 곳곳에 담겨 있다. 전쟁, 가난, 여성, 가족, 죽음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2. 일상의 사소한 기억들에서 피어나는 문학

이 산문집은 일상의 단상과 기억, 삶의 이면을 돌아보는 짧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가이자 어머니, 아내, 여성으로 살아온 박완서의 시선은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다. 그녀는 자신이 지나온 삶을 단순히 미화하거나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사소한 진실’을 끄집어낸다.

예를 들어, 한 끼 밥상을 차리며 떠올린 엄마의 손맛, 딸과의 대화를 통해 느끼는 세대차이, 노년에 접어든 이후 친구를 잃는 상실의 감정까지. 그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더라도 박완서 작가는 절제된 언어로 깊은 감정을 전한다. 때론 쓸쓸하고, 때론 뭉클하다. 그러면서도 결코 감정에 휘둘리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3. 못 가본 길에 대한 애틋한 회한

책의 제목처럼, 박완서 작가는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성찰이다. 그녀는 말한다. 못 가본 길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그 길에 대한 상상이 아직 상처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이 책은 삶을 돌아보는 사람, 혹은 어느 선택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에게 진한 울림을 준다.

작가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길, 사랑하지 못한 사람들, 용서하지 못했던 감정까지도 하나하나 되새기며 삶의 조각들을 조용히 맞춰간다. 그리고 그 퍼즐 속에서 우리가 공감할 만한 감정들을 꺼내 보여준다. 그렇게 이 책은 박완서라는 한 인간의 기록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4. 말년에도 여전히 빛나는 문장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박완서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마지막으로 남긴 산문집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특별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다 보면 ‘노년의 문학’이 얼마나 깊고 넓은 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짧은 글 하나에도 삶의 농도와 시간의 무게가 스며 있고, 그 속에는 작가로서의 책임감과 인간으로서의 겸손함이 있다. 그녀는 말년에도 여전히 날카롭고 아름다웠고, 그래서 이 책은 ‘끝’이 아니라 ‘완성’에 더 가까운 느낌을 준다.


5. 결국, 모든 길은 아름답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못 가본 길’만이 아니라 ‘지나온 길’마저도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했든, 그 길 위에서 후회하고 사랑하고 아파했던 모든 순간이 결국은 아름다웠다는 것을, 박완서 작가는 말없이 전한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시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조용한 안내서다. 우리가 오늘 어떤 길 앞에 서 있든, 그 길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이끄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