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경쟁》 드라마 리뷰

1. 정의를 둘러싼 이야기, 《선의의 경쟁》

넷플릭스를 켜두고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를 고르던 어느 날, 눈길을 사로잡는 한 줄 소개가 있었다.
“정의는 누가 만들고, 누가 결정하는가.”
이 한 문장에 이끌려 플레이 버튼을 누른 드라마가 바로 《선의의 경쟁》이다.

2. 단순한 법정극을 넘어서는 서사

처음엔 법정극이겠거니 했다. 대형 로펌, 정치적 음모, 날카로운 변호사들. 익숙한 재료들이었고, 익숙한 흐름처럼 보였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 드라마는 단순한 법정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선의의 경쟁》은 말 그대로 ‘선의’를 둘러싼 이야기다. 누군가는 진심에서 우러난 선의를 말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익을 포장하기 위해 ‘선의’라는 이름을 쓴다. 정의를 가장한 거짓말, 그리고 그것을 꿰뚫어 보지 못한 채 상처받는 사람들. 이 드라마는 그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의 지형도를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다.

3.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

특히 주인공 '한지후'는 이 드라마의 중심 감정선을 이끄는 인물이다. 그는 정의롭고 이상을 가진 신입 변호사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원칙대로 해결하려 하지만, 곧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자신이 믿었던 정의에 의문을 품게 된다.

현실은 그에게 이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때로는 외면하고, 때로는 타협해야만 한다. 그는 갈등하고, 흔들리며, 그러면서도 끝까지 자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 모습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아마 우리 모두가 살아가며 한 번쯤은 마주치는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4.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법이 이긴다”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가. 모든 인물들은 자기만의 정의를 가지고 싸우고, 그 과정에서 관객인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과연 지금까지 어떤 ‘선의’를 믿어왔을까?”
“내가 말하는 정의는, 정말 정의로울까?”

5. 여운이 오래 남는 이야기

《선의의 경쟁》은 마지막 장면이 끝난 뒤에도 꽤 오랫동안 마음속에 머물렀다. 선과 악, 정의와 이익, 그 애매한 회색지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대한 정의보다 작은 양심을 지키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말해준다.

긴 호흡으로, 천천히 곱씹으며 보고 싶은 작품. 요즘처럼 정의에 대해 회의가 드는 날이라면, 더없이 어울리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