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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 저런 일

『녹나무의 파수꾼』 하가시노 게이고

by 노을이내리는나루 2025. 4. 11.

기억과 이별,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

안녕하세요 .
오늘은 조금 특별한 소설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추리소설로 익숙한 작가 하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인데, 이번엔 조금 색다릅니다. 바로 『녹나무의 파수꾼』이라는 따뜻하고도 묵직한 이야기예요.


죽은 이들이 머무는 나무, 그리고 그걸 지키는 사람

주인공 ‘나오’는 어느 날 갑자기 ‘녹나무의 파수꾼’이 됩니다.
녹나무는 죽은 이들의 영혼이 잠시 머무는 곳이에요. 그곳에서 망자들은 이승에 남긴 마음을 정리하고,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죠. 파수꾼은 그들이 남긴 메시지를 살아 있는 사람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돼요. 처음에는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점점 마음에 스며들죠. 나오가 전하게 되는 죽은 이들의 마지막 말은 대부분 아주 소박합니다.

“미안했어.”
“그 사람을 한 번만 더 보고 싶어.”
“내가 좋아했다는 걸 전해줘.”

이런 평범한 말들이 오히려 더 깊게 와닿더라고요.


삶과 죽음 사이, 그리움과 용서의 이야기

『녹나무의 파수꾼』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지만,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아요. 슬픔보다는 따뜻함이 더 크게 남는 이야기예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들, 용기 내지 못했던 말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걸 전하지 못한 채 이별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곱씹게 됩니다.

읽는 내내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리고 문득문득, 이미 떠난 누군가와의 대화를 떠올리게 되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 난 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이 책은 거창한 반전도 없고, 화려한 사건도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아주 조심스럽게 마음속 이야기를 들려줘요. 그래서 오히려 더 진하게 남는 것 같아요.

하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추리를 벗어나 이렇게 감성적이고 잔잔한 이야기도 잘 풀어낸다는 게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해요

  • 조용한 위로가 필요한 분
  •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는 분
  • 일상에 지쳐 잠시 쉬어가고 싶은 분
  • 하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모습을 만나고 싶은 분

『녹나무의 파수꾼』은 그런 분들에게 조심스럽게 건네고 싶은 책이에요.